비뇨기과 진료를 하면서 가장 흔히 들어볼 수 있는 말이 속궁합이 아닐까 싶다. “결혼 1년차인데 남편이 아무리 애써도나랑은 속궁합이 맞지 않는다”며 난감해 하는 상담이라든지, “이전의 남자친구와는 환상적으로 속궁합이 좋았는데 현재의 남자친구와는속궁합이 영 아니라 옛날 생각이 자꾸 난다. 결혼 얘기가 오가는데 정말 결혼해도 될지 불안한 생각이 든다”고 당돌한 고민을얘기하는 여성도 있다.
모임이나 사석에서의 질문 중 흔한 레퍼토리 중 하나는 “속궁합이라는 게 진짜 있나요?” 하는순진한 질문에서부터 “실제 이혼하는 부부의 90%가 성격 차이가 아니라 성(性) 차이, 즉 속궁합 차이 때문이라면서요?” 하는사실유무의 확인을 요하는 질문을 해대기도 한다. 어떤 때는 확신에 찬 바람둥이 아저씨도 보았다.
“속궁합은 확실히 있습니다. 섹스를 해보면 더 없이 좋게 느껴지는 여자가 분명히 있거든요. 요즘 만나는 여자는 할 때마다 끝내줍니다. 비교할 여자가 없어요.”
실제 속궁합은 혼전동거를 인정할 것인가, 아닌가 논란이 있을 때 가장 설득력을 갖고 등장하는 무기이기도 하다. 완벽하지 않은관계의 시작인 혼전동거에서 제일 중요한 핵심, 그리고 없어서는 안 될 것이 ‘동거하는 남녀 간의 사랑’일 것이고, 그 ‘사랑’이라는 것이 없다면 동거라는 것은 절대 성립될 수도 없으며 동거뿐만이 아니라 결혼이라는 것도 있을 수 없을 것이지만 거기에 더해속궁합을 중요시하는 사람이 적지 않은 것을 보게 된다.
초등학생 아들 하나를 두고 있는 필자의 남편친구의 아내가“우리 모모 신붓감은 머리도 좋고, 똑똑하고, 학벌도 좋고, 집안도 좋고 그리고 인물도 좋아야 할 텐데” 해서 남편친구가우스갯소리로 다 필요 없고 여자는 예뻐야 한다고 했더니, 당사자인 모모가 “근데, 왜 아빠는 엄마랑 결혼했어요?” 하더라는재밌는 얘기를 하며, 남편이 우리아이들은 어떤 배우자를 만났으면 좋겠냐고 물어왔을 때였다.
아직 학교도 가지 않은졸망졸망한 것들을 데리고 배우자감을 생각한다는 것이 우습지만 최대한 애들 입장에서 애들이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진심으로사랑받으며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고, 그리고 성생활이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대답했더니 남편이 무슨 대답이 그렇게도 성의 없냐는 듯핀잔을 주며 그래도 남자가 경제력은 있어야 한다고 다소 신경질을 부린 적이 있다.
섹스로 인해 불행한 사람들을 많이보아서 그랬을 것이다. 두 사람의 섹스 사이클이 전혀 맞지 않아 일상이 모두 불만스럽고 그로 인해 상처받고 서로를 증오하는커플들이 의외로 많다. 결국 한쪽의 외도로 신뢰를 접고 배신감에 가정을 겉도는 경우도 본다. 부부관계가 틀어지는 것이 모두성문제는 아니겠지만 이로 인해 고통 받으며 우울증이나 불면증으로 약에 의존해야 하는 외로운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재력, 학벌같은 부모의 욕심으로 결정해두는 배우자의 조건들이 얼마나 의미가 있을까 생각해보았다.
한 모임에서 들었던 명리학강의에서 보면 흔히 두 사람의 섹스가 얼마나 잘 맞는가를 의미하는 속궁합이라는 것은 실제 성궁합이고, 사주팔자와 오행을 풀어보는전체적인 것이 속궁합이란다. 그러니 성궁합이 속궁합의 모든 것을 말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부부가 하루 24시간 중6~8시간을 살을 맞대고 지낸다고 생각하면 인생의 상당부분을 이 성궁합의 느낌 속에서 살고 있으므로, 속궁합에서도 성이 차지하는비중이 대단히 크다는 것이다.
서로 다른 두 남녀가 만나 가정을 이루고 살려면 두 사람의 성적 조화란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라는 생각이 남들보다 강하기때문에 사주팔자를 맹신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상당히 동의하는 부분이 이것이다. 그렇다고 미리 여러 사람을 만나 맞추어봐야 한다는세간의 말에는 절대 동의하지 않는다. 경험이 많고 비교의 대상이 많은 사람들이 꼭 행복한 것 같지도 않고 반드시 좋은 배우자를만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주변에서 속궁합의 정확한 의미를 묻는 물음이 많다. 재미있는 것은 일반적으로 사람들이생각하는 속궁합은 질문자의 의도나 속궁합에 대한 답변 자체가 성관계의 느낌만이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성관계시의 쾌락 정도가 속궁합의 결정 요인이라고 우리나라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생각하는 듯하다.
그러나 소위 우리가 말하는속궁합이 이러한 육체적 쾌락의 정도가 다이며 이를 해결하는 방안은 없는지에 대해서는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이러한 부부사이의고민들을 해결해보고자 실제 음경의 확대수술이나 여성의 질 축소술 등을 행하는 비뇨기과 의사의 한사람으로서 과연 속궁합이 육체적측면에만 국한되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생길 때가 있기 때문이다. 부부관계도 사람들 사이의 대인관계와 크게 다를 게 없는지라감정상의 문제들로 앙금이 생길 수 있고 그러한 점들이 부부관계의 친밀도를 떨어뜨리는 일이 왜 없겠는가?
그렇다면부부간의 육체적 측면뿐 아니라 정신적인 측면을 모두 고려한 것이 속궁합이라 볼 수 있고 이렇게 생각함에 따라 속궁합이 조금나쁘다 해도 다른 쪽의 해결의 실마리가 전혀 없지는 않다고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육체적 쾌락의 정도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부부를 중에서도 원활한 의사교환으로 부부간의 문제가 조금씩 치유가 가능하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의 경험을 토대로 입증된 것이다.
결혼한 부부들이여. 속궁합이 조금 나쁘더라도 부부사이의 대화와 사랑으로 많은 부분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살갗만 살짝닿아도 배우자가 뱀같이 느껴지는 극단적인 경우라면(실제 이렇게 표현하는 환자가 있었다) 해결이 난감해진다. 이들 부부는 서로간에 욕구도 없고 섹스도 없다. 참 잘못된 만남이랄 수밖에.
/ 이코노미플러스
김경희 CONEL 여성의원 원장·비뇨기과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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